판 커진 '틱톡' 인수전…MS 이어 트위터 가세

미국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업체인 틱톡 인수전에 소셜미디어 기업 트위터까지 뛰어들었다. 틱톡의 미국 사업부 인수 비용이 트위터의 시가총액(약 291억달러)보다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어 인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틱톡의 해외 사업을 통째로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트위터가 자금력 열세를 딛고 반전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위터는 최근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에 틱톡 인수 의사를 밝히고 초기 단계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트위터는 틱톡의 미국 사업부만 인수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트위터가 틱톡 인수전에서 MS에 비해 불리하다고 평가한다. 인수 자금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 말 기준 트위터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8억달러로, MS(1360억달러)의 6%에도 미치지 못한다. 트위터는 지난 2분기 12억달러의 순손실을 내는 등 적자도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월가에서 거론되는 틱톡 미국 사업부의 가치는 200억~500억달러 규모다. 트위터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미국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실버레이크파트너스가 트위터에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쟁자인 MS는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틱톡의 북미 지역, 유럽, 인도 등 해외 사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위터는 틱톡 인수 시 MS에 비해 반독점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설령 조사받더라도 MS 같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보다는 강도가 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트위터가 틱톡을 인수할 경우 사업 구조 변화도 예상된다. 트위터는 짧은 메시지에 특화한 소셜미디어다. 틱톡은 15초 이내의 짧은 동영상 공유에 특화돼 있다. 따라서 이 둘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틱톡 인수전과 관련해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지난 7일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소셜미디어 사업에서 덩치를 키우는 것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며 “MS의 틱톡 인수는 ‘독이 든 성배’”라고 비유했다.

게이츠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틱톡 때리기’와 관련해 ”소셜미디어업계가 경쟁적으로 되는 것은 아마도 좋은 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한 경쟁자(틱톡)를 죽이는 것도 꽤 기이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MS에 틱톡 인수 수익의 큰 몫을 미 재무부에 지불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이번 거래의 원칙이 완전히 이상하다”며 “어쨌든 MS는 그 모든 것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모든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 틱톡의 거래를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또 “다음달 15일까지 틱톡이 미 기업에 팔리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도 했다. MS는 이때까지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틱톡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미국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틱톡은 이르면 11일 캘리포니아주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